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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영화 대사 한줄 리뷰

[영화대사 한줄 리뷰] 07.레볼루셔너리 로드_엄마, 그 때 무슨 생각했어?

by 오는정 가는정 갓은정 2023.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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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영화대사 한줄 리뷰가 아닌 긴 리뷰를 해보려해요.

제게 영화 선택에 있어 절대기준은 없지만, 오늘 소개해 드릴 작품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의 재회’라는 것만으로도 그 이유로 충분했던 것 같아요. 영화를 보는 내내 송곳처럼 파고드는 두 사람의 감정선 연기는 아직도 선명하게 떠올라요. 분명 내가 처한 상황이 아닌데도 필요 이상으로 감정이입을 잘하는 타입이라 영화가 끝날 때쯤엔 온몸이 너덜너덜해져 그냥 이대로 침대에 쓰러지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그럼 긴말 않고 바로 들어가 볼까요?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 리뷰, 지금 시작합니다.

 


 

당신의 삶은안녕하신가요?

 

 

레볼루셔너리 로드 (Revolutionary Road)

샘 멘데스 감독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윈슬렛 주연 | 2008

 

리처드 예이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샘 멘더스 감독의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Revolutionary Road)>는1950년대 2차 세계대전 직후를 배경으로 미국 중산층 아메리칸 드림과 그 붕괴 과정을 아주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스토리는 현실과 이상, 그 경계에서 대립하는 두 사람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시작부터 끝까지 밀도 높은 장면들로 숨 돌릴 틈 한번 주지 않고 내달린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재능 없는 연극배우 지망생 에이프릴(케이트 윈슬렛)과 평범한 회사원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파티에서 만나 첫눈에 반하고 뉴욕 교외에 위치한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가장 아름다운 집에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부부가 된 두 사람은 이웃들 모두가 동경하고 부러워하는 삶을 살아가며 어느 가정보다도 평화롭기만 해 보인다. 하지만 에이프릴은 언젠가부터 이 반복되고 지겨운 일상에 권태와 허무를 느끼며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에이프릴의 설득 끝에 프랭크도 마음을 돌리게 되고 둘은 파리로 떠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이마저도 순탄치 않다. 프랭크가 회사를 그만두려는 찰나 우연히 승진 권유를 받고, 에이프릴 또한 예정에 없던 셋째를 임신하게 되면서 결론적으론 계획이 무산되어 버린다.

끝까지 욕망을 버리지 못하는 에이프릴과 현실과 타협하고 보다 안정된 삶을 원하는 프랭크. 영화는 이 두 사람이 겪는 갈등 속에서 폭발하는 감정선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I saw a different life. I can't stop seeing it...

 

에이프릴은 사실상 여느 도시 중산층 못지않게 부족함 없이 안락한 생활을 지내왔다. 하지만 연극배우로서의 재능이 부족했던 탓에 무대 위에서 자신의 꿈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고 결혼 후 아이를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게 된다. 집안일과 육아에 치여 점차 자기 자신을 잃어가던 그녀는 숨 막히는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그렇게 찾은 돌파구가 남편과 함께 파리로 이사 가는 것이었고 그녀는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펼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프랭크 역시 다람쥐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지긋한 삶에서 탈피하고 싶었으나 거액의 보수와 함께 자신을 승진시켜주겠다는 사장의 제안에 결국 파리로 떠나려던 결심을 거두고 보장된 성공을 택한다.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한쪽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쯤은 에이프릴 그녀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 머무르는 쪽을 택한다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사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절실히 바랐던 욕망이 좌절되면서 에이프릴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잃어버렸고 자신의 욕망을 좌절시킨 남편에 대한 배신감과 배 속 아이에 대한 원망이 최고조에 이르러 결국 그동안 눌러온 감정이 폭발해버리고 만다. 둘은 온갖 모진 말을 뱉어내며 서로의 가슴에 비수를 꽂아댄다.


 

APRIL:   You don't want to go, do you?

FRANK:  Come on, April. Of course I do.

APRIL:   You don't! Because you've never tried at anything. And if you don't try at anything you can't fail.

FRANK:  What the hell do you mean I don't try? I support you, don't I? I pay for this house. I work ten hours a day at a job. I can't stand.

APRIL:   You don't have to!

FRANK:  Bullshit! I'm not happy about it. But I have the backbone not to run away from my responsibilities!

APRIL:   It takes backbone to lead the life you want, Frank.

FRANK:  What the hell are you going to do with this?     

APRIL:   And what do you think you're going to do? You're going to stop me?         

FRANK:  You're damn right! Listen. Listen to me. you do this and I swear to God I'll -        

APRIL:   You'll what? You'll leave me? It would be for you, Frank, don't you see? So you can have time. Like we talked about.         

FRANK:  How can it be for me if the thought makes my stomach turn over?

APRIL:   Frank. Do you actually want another child? Well, do you?

Come on, tell me. Tell me the truth, Frank. Remember that? We used to live by it. You know what's so good about the truth? Everyone knows what it is, however long they've lived without it. No one forgets the truth, Frank, they just get better at lying. So tell me: do you really want another child?

---

APRIL:   가기 싫은 거죠?

FRANK:  나도 가고 싶어.

APRIL:   거짓말 마요. 당신은 늘 변화를 회피해요. 실패할까 봐!

FRANK:  내가 뭘 회피했어? 난 가족을 부양해왔어. 매일 10시간씩 싫은 일 하면서!

APRIL:   그럴 거 없어요!

FRANK:  웃기지 마. 난 힘들어도 꿋꿋하게 내 책임을 다해왔어.

APRIL:   원하는 인생을 사는 게 꿋꿋한 거죠!

FRANK:  이건 뭐에 쓰려고 사놨어?

APRIL:   어쩌게요? 막으려고요? 

FRANK:  당연히 막아야지! 이따위 짓 하면 하늘에 맹세코...

APRIL:   왜요, 날 떠날 건가요? 프랭크, 다 당신 위해서예요. 모르겠어요? 여유를 갖고 살라고!

FRANK:  날 위해서? 구토가 나려고 하는데?

APRIL:   프랭크, 정말 이 아이를 원해요? 원해요? 어서 말해봐요. 정직하게 말해봐요. 우린 늘 정직하게 살아왔어요. 진실의 힘은 강해요. 누구나 그건 알죠. 외면하고 살지라도... 누구나 진실은 믿어요. 거짓과 타협할망정! 

 

 


당신도 제가 미쳤다고 생각하나요?

 

우리는 평화를 깨뜨리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종종 침묵을 택한다. 프랭크 부부가 파리행을 결정했을 때 모두가 유치하고 어리석은 생각이라며 콧방귀를 뀌었고 비난을 일삼았다. 그러고 얼마 후 이들 부부의 복귀 소식에 사람들은 누구보다 안도하며 마치 자기 일인 양 기뻐했다. 자신들은 감히 꺼낼 용기조차 내지 못한 채 평생 묻어뒀을 욕망을 투영한 프랭크 부부를 보고서 시기와 질투를 느꼈고 내심 부러웠던 것이다. 또 한편으론 이들 부부의 돌발적인 행동으로 인해 지금을 평화롭다 믿고 사는 본인들의 삶에 미칠 어떤 영향이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존재 의미를 잃어버린 현실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에이프릴과 지금에 만족하며 보다 이성적으로 대처하려는 프랭크, 우리는 누구의 선택을 지지해야 맞는 걸까. 애초에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걸까? 그들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어느 한쪽만을 가리키며 비정상이라고 손가락질할 수 없다. 그들은 다만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을 선택했음에는 분명했을 테니.

 

 

 


 

 

엄마그때 무슨 생각 했어?

 

영화에 대한 확고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 우리 아빠와 달리, 장르 불문 다양하게 즐기는 엄마는 자주 내 영화 파트너가 되어준다. 이번 영화도 우리는 함께 했다. 엄마는 주로 소파 위를 차지하고 나는 거실 바닥을 점령한다. 그렇게 각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편한 자세로 영화를 시청한다.

 

평상시라면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으며 봤을 테지만 그날 우리는 영화를 보는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금방이라도 쩍 하고 갈라져 버릴 것만 같은 살얼음판 위를 걷듯이 엄마와 나는 서로의 숨소리조차 조심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내 주먹만 한 심장만이 속수무책으로 죽었다 살아나기를 반복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즈음 엄마는 지나치게 아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냐고 묻고 싶었지만 어쩐지 그 마음을 알기가 두려웠다. 대답을 듣는 대신 엄마의 몸을 정면으로 통과한 수많은 이야기를 상상해보다가 순식간에 피로해져 관뒀다. 

엄마, 그때 무슨 생각 했어?

 

 

- 마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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